구속영장 기각의 세 가지 핵심 사유, 법원이 밝힌 결정적 판단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내란 방조 등 중대한 혐의에도 불구하고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결정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그 핵심은 ‘다툼의 여지’와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 부재’였다. 법원은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 번째는 ‘법리적 평가의 다툼 가능성’이다.
한 전 총리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계획을 알고도 막지 않았다는 사실은 인정된다고 볼 수 있으나, 그 행위가 내란죄의 ‘방조’로 성립되는지에 대한 법적 해석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즉, 비상계엄 문건에 대한 ‘인지’만으로는 내란 방조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증거인멸 가능성’ 부재다.
한 전 총리는 조사 과정에서 계엄 선포 계획 문건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백했으며, 해당 문건의 존재와 경위에 대해서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이같은 태도가 방어권 행사를 위한 수준을 넘지 않으며, 이미 관련 핵심 문서들이 다수 확보된 상태에서 추가적인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세 번째는 ‘도주 우려 없음’이다.
한덕수 전 총리는 전직 국무총리로서 현재 뚜렷한 공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나이와 사회적 지위,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충실히 응했던 점을 감안할 때, 도주 가능성은 낮다고 본 것이다. 또한 가족관계와 거주 상황, 진술 태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구속 수사가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결론적으로 법원은 중대한 혐의의 존재 자체보다는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과 피의자의 권리 보장이라는 헌법적 기준을 우선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곧바로 수사의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특검 측으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떠안게 됐다.
내란 방조 혐의가 가지는 법리적 복잡성, 수사의 허들과 한계
한덕수 전 총리에 적용된 ‘내란 방조죄’는 대한민국 형법상 가장 중대한 국가 범죄 중 하나에 해당한다. 그러나 문제는 ‘방조’의 범위와 해석이 모호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내란죄 자체가 형사소송에서 매우 드물게 적용되는 범죄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판례가 부족하며, 법리 적용에 있어 상당한 유연성이 요구된다.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탄핵 위기에 몰리던 시기, 계엄령 선포를 심각하게 검토했고, 그 문건이 실제 작성되었으며, 이를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에게 보고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문제는 이 문건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는 것이 내란 방조로 이어질 수 있느냐는 법적 해석이다.
기존 판례에 따르면, 방조는 단순한 묵인이나 방치가 아닌 일정 수준 이상의 의도적 협조 또는 실행을 용이하게 한 행위가 있어야 성립된다. 하지만 한 전 총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했고, 그 행위가 내란 실행을 촉진하는 수준이었는지에 대한 입증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또한 내란죄는 단순한 문건 작성이나 계획만으로는 성립되지 않고, 실질적인 ‘국가 기능의 마비’를 유도하는 실행 단계에 이르러야 한다는 고등법원 판단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계엄 문건의 존재 자체는 인정되더라도, 실제 실행 계획으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이처럼 내란 방조 혐의는 정치적 무게는 무겁지만, 법리적 성립 요건은 까다롭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어, 향후 재청구를 하더라도 법원 설득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의 반응과 향후 정국의 격돌 예고, 특검 수사의 다음 수순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정치권은 극단적으로 갈라진 반응을 보였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며 “사법부가 내란을 눈감아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부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법원 개혁” 목소리를 다시 키우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법원의 판단을 “합리적이고 신중한 결정”으로 평가하며 특검의 ‘정치적 수사’ 프레임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내란 혐의는 지나치게 무거운 잣대”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한 전 총리에 대한 수사는 정권 탄압의 연장선이라는 프레임을 지속하고 있다.
한편, 내란 특검 측은 향후 수사 방식을 전면 재조정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법원의 기각 사유를 면밀히 분석한 뒤, 새로운 증거 보완과 함께 한덕수 전 총리에 대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다. 동시에 다른 국무위원들인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모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소환 및 혐의 적용 방안도 정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파장도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여야는 이 문제를 두고 국회 국정조사와 청문회 개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으며, 사법부의 독립성과 판단 기준을 둘러싼 국민적 논쟁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법적 분쟁을 넘어 헌정 질서와 권력 감시, 사법 신뢰의 미래를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